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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어디일까?’ 당연히 미국이나 유럽 기업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인 일본 기업이 최고로 오래된 기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군이 존경하는 현마 이성희 교수님 수업 시간에 586년에 창업한 일본의 건축회사 ‘공고구미’라는 이름을 처음 듣게 되었다. 생소한 일본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라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고 더 놀라웠던 것은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토리니 피렌체(1369년)보다 무려 800년이나 앞섰다는 것이다. 그때 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을 반드시 찾아가서, 내 두 눈으로 그 기업의 비결을 찾아내겠다고 다짐한다.


1인 프로젝트 '100년 기업을 찾아서'


이지성 작가가 쓴 <꿈꾸는 다락방>에서 생생하게 꿈을 꾸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내용을 인상깊게 읽었다. 한국판 '시크릿'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 잘 어울렸다. 나는 그 이후로 꼭 '공고구미를 갈꺼야'라고 동네방네 떠들면서 생생하게 꿈을 꿨다. 그러던 2008년 7월 기회가 찾아왔다. 다양한 문화와 산업현장 등을 탐방할 수 있는 '일본 문화 기행'에 8박 9일간 참가하게 된 것이다. 일정은 오사카와 교토, 고베를 둘러보는 코스로 진행되었고, 마지막 2일은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바로 오사카에 있는 <100년 기업을 찾아서>이다. 일본에는 ‘노포’라고 일컫는 오래된 기업이 많다. 200년이 넘는 기업이 3,000개가 되고, 100년이 넘는 기업이 5만여 개가 된다는 것이다. 오사카에도 600년 역사의 화과자점 스루가야, 500년 전통의 이불가게 니시카와, 400년 역사의 히야 제약 등 최소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500개가 넘는다. 그 중에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당연히 ‘공고구미’이다. 홍하상의 <오사카의 상인들>에서 발견한 어렵게 얻은 주소 한 줄로 무모하게 공고구미를 찾아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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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공고구미]

 

세계 최고(最古) 건축 회사 공고구미


공고구미는 우리와 연관이 깊다. 6세기 후반 일본에 불교를 중흥시킨 쇼토쿠 태자의 명에 따라 오사카에 시텐노오지(四天王寺)를 짓기 위해 백제 장인 유중광을 초빙하게 된다. 그에 따라 유중광은 586년부터 593년까지 오늘날 최대의 사찰인 시텐노오지를 짓는데 앞장선다. 이에 쇼토쿠 태자는 유중광의 집안이 대대손손 시텐노오지를 보수 관리하는 명을 하게 되었고, 1400년간 시텐노오지의 보수관리를 맡게 된 것이다. 그 후 공고구미는 사찰을 전문으로 짓는 건축 회사로 탈바꿈했고, 현재까지 일본 제일의 사찰 전문 건축회사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무려 140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니 정말 놀랄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100년 기업의 조건>의 저자 케빈 케네디도 세계 기업의 평균 수명은 13년에 불과하고, 30년이 지나면 80%의 기업이 사라진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평균 수명을 30년으로 보지만 5년도 안 되서 문닫는 기업들도 수두룩하다. 벤처 기업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을 봤을 때 공고구미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는 것은 기적 그 자체이다.


 

공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


 
1995년 고베 일대에 강타한 진도 8의 한신 대지진 때 고가 도로가 넘어지고 땅이 갈라졌다. 한마디로 아비규환의 상황이었다. 지진으로 인하여 5,700명의 목숨을 잃었고, 그곳에 있는 녹지공원 메리켄 파크의 40%가 가라앉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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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항 지진 메모리얼 파크 당시의 모습]

실제 고베항에 있는 지진 메모리얼 파크에 가 봤을 때 그 당시의 참담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단 한 곳은 멀쩡하게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공고구미가 지은 절은 무너지지 않았던 것이다. 40미터나 되는 절 담장이 모조리 무너지고 뒷마당의 탑이나 묘비는 모두 다 쓰러졌는데도 공고구미가 지은 대웅전은 일부만 조금 비틀어졌을 뿐 어떠한 피해도 없었다.

툭하면 부실공사에다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 다른 건축회사와 다르게 공고구미만의 철학이 있었기에 강 지진에도 끈덕이 없었던 것이다. 바로 기본에 충실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신경을 쓰자는 것이다.  공사 경력이 1400년이 되는 베터랑이라 할지라도 보이지 않는 곳까지 기본과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기에 지금까지 공고구미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심가치라는 것은 구성원 모두가 믿고 실천하며, 창업자나 CEO는 물론 구성원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며, 사람에 있어 '영혼'과 같은 것이다.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았던 공고구미가 지은 대웅전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핵심가치를 지키고 보전해나가는구나'라고 생각들면서 저절로 감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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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시텐노우지에서 헤매고 있는 가군. 공고구미는 과연 어디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을 지킨다.


공고구미는 오사카 시텐노오지(四天王寺) 부근에 위치해 있다. 나는 무작정 숙소에서 4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시텐노오지역에 내렸다. 목표는 오로지 공고구미. 일본어 회화 책과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오로지 '주소 한줄'이라는 단서를 들고 셜록홈즈가 된 것이다. 1시간 넘게 헤맸고 37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겨우 겨우 공고구미에 도착하였다. 체계적으로 도로와 지역명이 일본어와 더불어 영어로 잘 표시되어 무대포 정신으로 혼자 찾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무척 기뻤다. 내가 주소 한 줄만 가지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우쭐하게 했던 것이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상가수첩 책자를 배포하면서 주택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던 것이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의구심도 들었다. ‘여기가 정말 세계 최고의 기업 맞아. 너무나 평범하잖아. 내가 잘못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정말 평범한 5층 건물에 불과했던 것이다. 10분 넘게 주변을 맴돌다가 문뜩 나의 불신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본어도 전혀 못한 내가 몇 시간 동안 헤매다가 찾은 공고구미를 눈 앞에 놔두고도 ‘거짓인지 사실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러면서 머리를 딱 한대 때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 내 기억에는 최고의 기업은 높은 빌딩에 화려하면서 의리의리한 모습만 떠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외면보다 깊게 우러나올 수 있는 ‘내면’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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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공고구미가 위치한 거리 풍경, 우 – 새롭게 진 공고구미 회사 건물]

 

 

공고구미에서 배운 최고의 기업 원칙


유주광의 후손이자 최고기술책임자인 곤고 도시다카씨는 사옥에 가정집을 두고 그 자리에 1400년 조상대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이는 ‘현장에 살아야 한다’는 신념이 작용된 것이다. 오늘날 연 매출액이 1000억원 대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본분을 충실히 지키며 자신들에게 맡긴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고구미에서 배운 최고의 원칙은 최고로 남기 위해서는 피나는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뭔가를 몇 번 해보다가 안되니까 더 이상 물고 늘어지지 않고 결심해놓고서는 그 일에 실패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자기 변명해본 적은 없는가?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50,000시간을 쏟아 붓는다면 세상에 달성되지 않은 목표는 없다. 공고구미는 14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가지 일에 전념했다. 삶의 대한 나의 열정을 공고구미 수준에 맞춰 살아간다면 어떤 일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받아들이되 전통을 지켜나가는 공고구미.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공고구미. 우리가 간과하기 쉽고 잊기 쉬운 가장 기초적인 것을 잘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본을 지켜서 공고구미는 1400년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된 것이다. 작지만 지키기 쉽지 않는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자료 참고]

2008. 8. 9 일본 오사카 공고구미 본사 탐방
홍하상, <오사카 상인들>, 효형출판, 2004. 1
한국경제신문, <1,400년된 기업 공고구미>, 2007. 10.3
한국경제신문, <일 공고구미, 퇴출 위기 벗어나 1400년 최고기업 잇는다>, 2007. 1. 26
오마이뉴스, <일본 100년 기업의 비결은 무엇일까?>, 2005. 8. 18
서울신문, <100년기업 성공조건>, 2004.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