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3 수능시험이 끝난 11월 말. 한창 논술 준비로 교실에 긴장감이 돕니다. 이번 논술 예비 시험 주제로 '지역 이기주의와 쓰레기 소각장'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환경 파괴의 주범인 쓰레기를 가장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 소각장을 지역 주민들의 엄청난 반대로 설립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대해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제한시간은 90분이고, 그때 어느 한 아이는 도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3줄도 못쓰고 도중에 나오게 됩니다. 그 아이는 그때 글을 쓰는 것이 너무 어렵고 자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어선생님을 싫어하면서 책과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었고, 글쓰기 것이라면 손사래 쳤던 것이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만화책이 유일하게 즐겨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쉽지 않는 책읽기, 험난한 길.
그렇게 책과 담을 쌓고 다녔던 아이가 군대에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군 인트라넷 MNB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군 생활 시절 MNB를 처음 접하게 되고서, 저는 경제경영의 심오한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하루하루 반복된 지겨웠던 군시절이라 MNB는 나에게 있어 커다란 위안이 되었고, 하루 전부를 차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경제신문 스크랩을 하기 시작했고, 날마다 쏟아지는 MNB의 글들을 모두 다 프린트해서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읽혀나가기 시작했고 더욱더 저는 열심히 MNB에 참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책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인트라넷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면서 '우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들의 비결은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이들과 대화하고 싶었고, 열심히 책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책 읽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려고 하면 최소한 일주일 이상 걸렸습니다. 조금 어렵다 싶으면 읽으면서 앞부분으로 돌아왔습니다. 계속 앞부분을 까먹고 다시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몰랐던 것입니다. 스스로 답답했기도 했죠. 그때 난 책을 읽는다는 자체의 행위에 의미를 두었지, 책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시킬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험난한 책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는 책 선택 기준은 CEO추천도서, 대학생이 읽어야 할 책 100권, 신문 추천도서 위주이었습니다. 이 책이 좋다고 하면 읽고, 저 책이 좋다고 하면 읽기 시작한 것입니다. 책 읽는 행위 그 자체에 만족을 느꼈던 것입니다.
<내 방 서재에 있는 책들>
책에서 만난 멘토들.
경영서와 자기계발서를 유독 좋아했던 편이었는데 그 때 손정의의 자서전을 읽게 된 것입니다. 제가 닮고 싶은 분 중 한 명인 그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비전, 그리고 과감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실행력으로 일본 제일의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그가 맨주먹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소프트뱅크 왕국을 건설하기에는 방대한 독서라는 보이지 않는 무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는 26살 때부터 중증 만성간염으로 3년간 병원 신세를 질 때 4천여 권의 책을 독파하면서 사업구상에 몰두했던 것입니다.
교육 보험이라는 신제도를 창안한 교보 생명의 창업자 대산 신용호의 이야기도 감동 그 자체이었습니다. 그는 일곱 살 때부터 앓기 시작해 열 살이 되어서야 건강을 되찾게 되었고 뒤늦게 학교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는 인생의 지각을 만회할 새로운 계획을 세웁니다. 바로 '천일 독서' 계획입니다. 세상 사는 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3년 안에 터득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그 수단으로 천 일 동안 집중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입니다.
직(職)이 아니라 업(業)에 목숨을 건 사람 정진홍. 그는 앞으로 제 삶의 자세를 알려준 분입니다. 그는 교수나 논설위원이라는 직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업을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완벽에의 충동'으로 무장한 채 한편의 글이라도 50번 이상의 탈고를 거쳐 스스로 울리지 않는 아예 글을 내놓지 않는 분입니다. 이분이 저술한 <완벽에의 충동>, <경영의 숲에서 인물을 거닐다>를 읽고 있으면 감동 그 자체입니다.
상상력의 중요성을 알게 해 준 <드림소사이어티>의 롤프옌센. 끊임없는 지식 욕구 욕구을 자극하는 진정한 지식인 이어령,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있고 나의 책을 읽는 분야를 넓혀준 장길섭.
바로 제가 책을 통해 만난 스승님들입니다. 이 분들을 보면서 스스로 내 삶에 적용시키고자 노력합니다. 손정의 자서전을 통해 내 인생의 계획을 세워보고, 신용호를 통해 나도 천일독서를 통해 세상 사는 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3년 안에 터득하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내 삶에 적용하는 독서법
책이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대한 오해가 '문제에 대한 답이 다 책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가 제기됩니다. 그러면 제가 생각한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책을 읽을 때마다 자신과 연결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간접 경험'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책에서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할 능력을 주는 것입니다. 스스로 '왜 그런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무엇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까?'라고 글을 읽으면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청년기업가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 '결정'입니다. 항상 결정을 해야 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죠.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위험과 기회까지 포함됐는 것입니다. 결정이 옳은지 그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옳은 결정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음으로서 고려해야 할 질문과 해결책의 조합의 수를 늘려 대응책을 찾는 것입니다.
두 번째 책을 함부로 대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는 필기도구와 포스트잇을 준비합니다. 왜냐하면, 책에 줄을 치고 그대로 메모하고 포스트잇을 붙이기 위해서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접힌 부분이나 심할 정도로 많이 메모 되어 있다면 내가 알지 못했던 지식이 많이 담겨 있거나, 감동을 하였거나, 기억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무척 기분이 좋아집니다.
줄을 치고 메모하는 것은 정말 유용합니다. 줄을 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다시 한 번 더 보면서 기억도 높이게 됩니다. 특히 글을 쓸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이야깃거리를 찾게 되는데 읽었던 책들의 메모와 밑줄은 내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됩니다. 책의 낙서는 저자와 나와의 생각이 만나는 곳입니다. 그래서 전 책을 빌려보기보단 사서 봅니다. 왜냐하면, 줄을 치지 않고 읽으면 수동적인 책읽기가 되고 왠지 내 생각을 끼적거릴 수 없어 답답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것은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입니다. 학교에 가거나 친구 만날 때도 한 두 권의 책을 들고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책을 읽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시간이 없다. 항상 바쁘다.'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자투리 시간만 잘 활용한다 하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속도 서점에서 잡는 것입니다. 서점에 가보면 매주 새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간서적이나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서점마다 전략 상품에 따라 진열 형태와 책들이 매번 바뀌게 되어 최근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먼저 도착해서 책을 둘러보고 있으면 약속 시간에 늦어도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의 꿈 목록
내 꿈 중 하나가 수 천 권의 책들로 가득 찬 서재에 음악이 흐르고 커피 한잔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 꿈을 처음 가지게 된 것은 임진각에 있는 '카페안녕'이라는 카페를 가고 나서부터입니다. 2층에 올라가 봤더니 내가 꿈에서 그리는 모습이 그대로 있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가슴 속에 이렇게 꿈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꾸준히 책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400여 권 정도의 책을 가지게 되었고, 어느새 취미가 중고서점에 가서 좋은 책을 산 것입니다.
항상 이 꿈을 꾸고 있고, 언젠가 기분 좋은 음악과 친구, 책들과 함께 있는 내 모습을 그려봅니다. 책을 읽고 글쓰는 것이라면 손사래를 쳤던 아이가 이제는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어버렸습니다. 책읽기의 꽃이라고 하면 책 저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내 자신을 완전하게 남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의 생각들을 쏟아붓는 작업이며 자신만의 체계적인 지식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올해를 시작으로 3년마다 새로운 분야의 책들을 저술하는 저의 모습을 꿈꿔봅니다.
2009. 1. 8 행복한 삶의 달인 가내훈 드림.








전 나름 주변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시간 핑계로 몇번 안 읽고 있는데..
저를 반성하게 해주었습니다. 좀더 분발해서 뜻깊은 책 읽기를 하여야 겠습니다. 책읽기는 모든 투자중에 유일하게 위험0%이고 높은 이득을 주는 투자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