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여행 시작이다. 오늘 떠날지 내일 떠날지 고민이 많았다. 솔직히 귀찮았다. 어제 방 청소하고 홈플러스에 가서 물품 구입하고 보니 새벽 5시가 되었고 그때 출발하려고 했지만 결국 저질체력인 나는 곧 잠들었던 것이다.
눈 떴을 때는 이미 오후 1시이다. 맙소사. 너무 늦었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상쾌했다. 늦었다고 투정하고 자책하기보단 늦게라도 출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텐트와 침낭, 버너까지 챙기고, 배낭도 배터지게 싸고 자전거에 싣으니 진짜 출발하는 느낌을 받았다.
자전거를 실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온양온천역까지 가면 되는 것이다. 다행히 내가 출발하는 시간이 오후 3시라서 지하철 타는 사람이 적었다. 7호선 면목역에서 출발하여 1호선으로 갈아탄 뒤 2시간 30분 걸려 드디어 온양온천역에 도착한다.
그러나. 시간은 오후 6시가 훌쩍 넘어버렸다. 이대로 시간을 지체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일 목적지인 공주 가는 방향쪽으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많이 헤맸고 50킬로에 가까운 짐에 휘둘렸지만, 어느새 적응하여 힘차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다보니 온양초등학교가 보였다. '그래, 오늘은 이곳에서 잠을 자는 거야'라고 마음을 먹고 그곳에 첫날 밤을 보내게 된다.
첫날 밤, 의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히다.
둘째 날 난 새벽 4시에 잠을 깼다. 첫 날은 역시나 잠 자는 걸로 고생을 한다. 어제 8시에 온양 초등학교에 도착 한 뒤 해오름 체육관 앞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만약 비가 온다면 체육관 지붕이 막아주고 바닥도 평평해서 잠자리 자기에는 최고였다. 하지만 혼자 잠을 잔다는 것은 두려움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누군가 나한테 와서 해코지는 안 할지, 잠자는 사이에 카메라나 노트북을 훔쳐가지는 않을 지 걱정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운동장이 바로 앞에 있어 밤 1시가 되도록 계속 사람들이 운동하고, 개념없는 고등학생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를 하지 않나, 갑자기 자동차 한 대가 들어와 으쓱한 곳에서 30분 이상 서 있다 가지 않나.. 이러한 것에 대한 경계심이 더욱더 잠자기를 어렵게 하였다.
그렇게 첫날 밤을 보내고 새벽이 다가왔을 때 찬 기운이 느껴졌다. 아무리 더운 8월이라 하지만 새벽은 달랐다. 찬 바람이 계속 불어왔고 덜덜덜 추위를 떨다가 잠에 깬 것이다. 일어나보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의심과 두려움'은 바로 나한테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 눈에게는 이방인으로 비춰지는 내가 오히려 그들을 의심하고, 경계했던 내 모습이 부끄럽게 다가왔다.
나는야 자전거 여행 요리사~!
일어나자마자 오늘 먹은 식사 하루치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점심과 저녁 때도 밥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해 아침에 밥 3끼씩 해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어쩌면 오랜 시간 동안 경험을 통해 우러나온 여행의 기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오늘의 자전거 여행 코스는 온양 초등학교에서 공주까지 가는 길이다. 예전에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가보고 20여년만에 다시 찾는 것이다. 난 무령왕릉, 공산성과 공주박물관을 방문하고자 한다. 무령왕릉(송산리고분군)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나는 곳으로 백제 시대의 왕과 왕족의 무덤군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공산성에서는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성왕 16년까지 백제의 왕도를 지킨 백제의 위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두 곳을 방문하고 나서 공주박물관에서 다시 한번 웅진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탐방하고자 한다.
참 즐거운 둘째 날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무리하지 않고 더위를 피해 점심 시간 때 낮잠도 자면서 이동할 것이다. 사실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이미지 메이킹이다. 어제 2시간 40분 남짓 지하철로 서울에서 온양온천까지 가면서 아침햇살님의 강의를 듣으면서 왔는데 그 주제가 바로 이미지 메이킹인 것이다.
이미지(image) 그리고 자아상
사람들은 본대로 한다. 보지 않는 것은 할 수가 없다. 보고 듣고 한 것이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미지(image)인 것이다. 정말 사람이 사는 것을 자세히 들어다 보면 내 눈에 비쳐진 이미지를 통해 산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좋은 친구는 이렇고, 좋은 사람은 이렇다고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기준에 맞으면 좋은 사람이고 기준에 맞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다. 한번도 검증하지 않는 기준을 가지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긍정적이고 확장적이고 창조적인 자아상을 가질 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아침햇살님을 말하였다. 과연 나는 무슨 자아상을 가지고 있는가라고 물어봤다. 거짓 자아가 주인이 되서 내가 거기에 맞추지는 않았는지, 내가 알고 있는 나와 남이 알고 있는 나와의 차이가 너무나 커서 혼란스럽지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아상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의 롤 모델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아팠을 때 약사는 처방전을 줄 수 있지만 대신 약을 먹어 줄 수는 없다. 내가 스스로 처방전에 맞춰 먹어야 효능이 있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여행에 왔다. 그것도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이다. 그전에 창업의 길에 뛰어들기도 해봤고, 잠깐 일도 배워봤다. 그러면서 정작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막연하게 35세 전까지 일을 배우고, 그 후 창업해서 20여간 사업을 하겠다. 이후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길을 걸고 싶다고만 정해놓은 것이다.
나의 참 자아상을 발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는 백수야. 나는 학생이야, 나는 어디어디 다녀. 나는 사업가야’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역할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참 자아상이 없는 상태에서 이상적 자아상만 가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내 모습일 것이다. 또한 내가 보는 나와 남들이 알고 있는 나와의 간격이 너무 커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3초 안에 그 사람을 판단한다고 한다. 그리고 20초 안에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내고 한다. 그 짧은 시간동안 한 사람의 이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즉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이미지와 이미지의 교환인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이미지로 자기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이미지, 참 자아상을 찾고 거기에 맞는 이미지메이킹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얼굴과 걸음, 이런 집을 가지고 싶다’고 자기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려고 한다.
스스로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적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 새 소리와 함께 내 자신과 대화하고, 산사나 문화 유적지에서 또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때마다 미니 노트북 바이오(VAIO) W을 꺼내놓고 적을 것이다. 내 지금 이 생각과 느낌을 적으면서 스스로 구체화 나갈 것이다. 아자아자.
2009년 8월 3일 월요일 오전 6시 15분
여행 2일차, 온양초등학교 해오름 체육관 앞 식사를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