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시절, 그리고 20대. 어느덧 취업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있어 또 다른 물음이 찾아온다. 그것은 과연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며, 어떤 일을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창업의 꿈을 가졌던 난 학교에 들어가서 창업동아리를 하나 만들게 된다. 그곳에서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꿈을 키워나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실제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강연을 전문적으로 하는 비즈니스 기업을 창업 멤버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대학생 벤처기업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열정은 넘쳤지만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시작한 일이라,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설었다. 그때 다시 일을 배워야 하겠다고 다짐했고,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막상 취업을 앞에 두자 전혀 준비되지 않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직종에, 어떤 분야로 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취업 준비생으로서는 함량 미달이었던 것이다. 결국 스스로 혼란이 찾아왔고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유니멘토를 정리하고, 두 달간 소니코리아에서 인턴을 마친 뒤 난 자전거 무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기간은 3주 정도 생각하고 있다. 경험상 대충 여행 경로를 짜면 대충 가게 된다. 정작 봐야 할 것들은 못 보고 그냥 지나쳐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꼭 어디 어디를 가야겠다’는 커다란 로드맵을 짜고 여행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는다.
일단 큰 이동경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서울에서 출발하여 지하철 타고 온양 온천역까지 이동한다. 온양 온천역에서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백제 문화탐방에 나서려고 한다.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에 가봤던 공주와 부여를 다시 가보고 싶은 것이다.
무엇보다 내 스스로 역사 의식을 가지고 싶었다. 살아가는데 있어 다양한 지식들이 필요한데 나의 철학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있어 역사 의식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들어 절실히 느꼈다. 그런 기회를 이번 자전거 여행을 통해 느끼고 싶은 것이고 그 첫 번째 장소가 바로 공주와 부여인 것이다. 공주와 부여의 역사 유적지를 곳곳을 돌아다니고 나서 전라북도 군산으로 이동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전라도와 경상도 위주의 여행이 될 것이다. 나름 여행을 많이 했다고 자부하지만 실제 전라도와 경상도는 별로 돌아다니지 못했던 것이다. 기껏해야 잠깐 관광 명소를 돌아다닌 것뿐이었다. 이번에 제대로 안 가본 곳들을 파헤쳐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처음 가보고 싶은 곳은 변산반도 부안이다. 부안의 내소사와 채석강의 아름다움에 풍덩 빠지고 싶다. 특히 이번에는 산사를 많이 다니고자 한다. 내소사를 비롯해서 고창 선운사, 구례 화엄사, 경주 불국사까지 조용한 산사를 찾아 가보고 싶다. 어쩌면 내 안에 담겨진 불안과 의심이라는 녀석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할 때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인 ‘불안과 의심’을 솔직하고 고요하게 마주앉아 이야기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부안과 고창을 지나 장성군과 함평군을 가보고자 한다. 장성군은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책에서 접한 이후 실제 두 눈으로 장성군의 비결을 찾아보고 싶었다. 또한 나비 축제로 유명한 함평에서 나비들과 함께 춤추고 싶었다. 두 곳을 통해 어떻게 각 지자체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나서 광주로 온 다음, 지리산 아래 자락에 위치한 화엄사로 이동할 것이다. 화엄사에서 섬진강 길을 따라 구례를 거쳐 오게 되는데 여기 역시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화개장터도 구경해 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어서 통영과 거제로 이동한다. 통영과 거제는 나에게 선택 받는 곳이다. 원래는 전남 선안군에 위치한 증도와 비금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갈 경우 여행 경로가 애매해져서 통영과 거제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이 곳을 충분히 경험해보고 싶다.
그렇게 여유를 즐기다가 창원과 부산을 거쳐 경주로 이동하고자 한다. 예전부터 경주에 가보고 싶었는데, 가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수학여행과도 인연이 안 되었고, 빈번히 여행 리스트에서 빠져버렸던 것이다. 경주에서 충분히 신라 유적의 흔적들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포항으로 이동하고자 한다. 포항에서 여행의 흔적들을 충분히 되새김하며, 해돋이를 보면 마무리하고자 한다
경비는 최소화 하고, 잠은 무조건 초등학교나 교회에서 자려고 한다. 만약 비가 온다면 그때는 찜질방을 가겠지만 텐트와 침낭도 준비한 이상 밖에서 잠을 청하고 아침 일찍 움직일 것이다. 도시와 도시 사이가 멀 경우에는 과감히 버스로 움직이고, 많은 곳을 보기 보다는 어느 한 곳이라도 제대로 본다는 것을 여행의 원칙으로 삼자.
이렇게 돌아다니면 3주 정도 될 듯 하다. 빡빡해 보이지만, 실상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한편으로 어디를 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들은 구체적인데,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나의 중심점을 어디로 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지금 나에게 시급한 일은 취업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토익 점수를 만들어서 졸업도 해야 하고, 면접들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이곳 저곳 기웃거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가 골라서 가고 싶은 것이다. 나에게 약점이 많다. 대학을 10년간 다녔고, 나이도 30살이다. 그리고 영어도 못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약점에 이끌려 남들에게 좌지우지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 난 자신감도 부족하고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여행에서는 이렇게 어디를 통해 어디를 가야겠다는 정확한 목적지를 가지고 있는데 정작 내 인생에 있어 정확한 목적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달에 떠난 여행도 이러한 물음을 가지고 출발했다. 지금도 똑같은 물음을 가지고 출발한다. 여행을 통해 답이 정해지지는 않는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답을 찾는 과정들을 반복함에 따라 내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목표에 대한 확신도 더욱 강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한번 난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뛰어넘어 어떻게 여행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자. 무엇보다 많이 생각하고 적어보고 내 자신과 대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여행 도중 생각이 넘어올 때면 멈춰서 글로 토해내려고 시도할 것이다.
여행 일정이 바뀌고, 도중에 일찍 올라 올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그 어떤 것을 하는 것보다 이 여행 그 자체가 나한테는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번 여행 잘 보고, 느끼고, 배우고 올 것이다. 가군의 자전거 여행. 파이팅이다.
2009년 8월 2일 일요일 여행 1일차 7호선 타고 가는 이동 중




